고단했던 2020년이 저물어간다. 올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작별을 고한 서비스·제품들이 많았다. 쏘카 자회사 브이씨엔씨(VCNC)의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의 시동이 꺼졌고 악명 높았던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폐지됐다. 어도비 플래시는 올해 말로 기술 지원이 종료된다. 2G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도 퇴장 수순을 밟는다.

| 타다금지법 통과로 VCNC는 타다베이직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운영을 중단했다. 1년6개월. 운영 기간은 짧았지만 타다베이직은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에 있어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짧고 굵었던 ‘타다 베이직’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박재욱 VCNC·쏘카 대표)” 지난 4월11일 타다 베이직이 멈춰 섰다. 국회가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8일 등장한 타다는 쾌적하고 넓은 차량과 친절한 서비스, 승차거부 없는 시스템 등으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택시보다 20~30%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출범 1년여 만에 170만 이용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10월 타다가 2020년 말까지 운행 차량을 1만대로 늘리고 드라이버를 5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택시와의 상생’을 제시해온 정부도 VCNC와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타다금지법 통과로 기존 운영방식대로 사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 VCNC는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드라이버와 일부 직원은 일자리를 잃었다. 당초 4월로 예정돼 있던 타다의 기업분할 계획 역시 물거품이 됐다. 이재웅 쏘카 대표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꿈꿨던 혁신은 좌초됐지만 타다는 많은 것들을 남겼다. 타다 베이직이 선보였던 차별화된 경험은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의 바로미터가 됐다.
타다금지법 여파로 위기에 몰렸던 쏘카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쏘카는 중고차 판매에, VCNC는 가맹택시·대리운전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이 같은 신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 받아, 지난 10월엔 사모펀드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와 송현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 원성이 자자했던 공인인증서의 시대가 저물고 민간인증서들의 경쟁시대가 도래했다.
‘공인’인증서 가고 ‘공동’인증서 어서 오고
“그는 공인인증서 없는 한국인처럼 슬피 울었다.” 한때 슬픔의 최상급 표현으로 쓰이던 말이다. 우스갯소리였지만, 공인인증서는 그 정도로 사용이 불편했다. 발급 시 10여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고, PC와 모바일 등과의 연동성도 부족했다. 비대면 신원 확인도 필요했다. 짧은 유효기간 역시 시대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액티브X(액티브엑스), 실행파일(.exe) 등을 별도 설치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컸다. 논란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공인인증서 폐지를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내놓기도 했다.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공인인증서 시대는 막을 내렸다. 1999년 공인인증서가 도입된 지 21년 만이다. 이달 10일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공인인증서는 민간인증서와 함께 전자서명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카카오페이·패스(PASS)·NHN페이코·네이버·토스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 21일엔 카카오·패스·NHN페이코 등이 행정안전부의 민간전자서명 서비스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내년 1월15일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서 이용이 가능하게 됐다. 공인인증서가 편한 이용자들은 기존대로 사용해도 된다. 공인인증서는 여러 인증수단 중 하나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굿바이, 어도비 플래시
1996년 어도비 플래시의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웹 브라우저에서 애니메이션, 동영상,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손쉽게 돌아가도록 해준 이 플러그인 소프트웨어 덕분에 2000년대 초반 ‘졸라맨’, ‘마시마로’, ‘우비소년’ 등 웹 콘텐츠의 범람이 가능했다. 하지만 호환성·보안성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취약점을 악용한 해커들의 공격이 횡행했다. HTML5, 웹 어셈블리 등 개방형 표준의 등장으로 플래시의 퇴장에 속도가 붙었다. 결국 2017년 어도비는 플래시 업데이트 및 배포를 올해 12월31일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내년 1월12일부터는 플래시 콘텐츠가 플래시 플레이어에서 실행되지 않도록 차단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공식 지원이 끝나면서 해커들의 위협에 노출될 위험도 커져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조사에 따르면 민간 500대 웹사이트 중 플러그인을 이용 중인 곳은 139개다.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사이트들도 시스템 개편을 통해 ‘플래시 걷어내기’ 작업 중이다. 공공은 이보다도 변화가 느린 편이다. 작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민간 500대 웹사이트 중 142곳은 여전히 플래시를 사용하고 있다. 규모가 더 작은 교육·영상 관련 사이트 상당수도 플래시를 쓰고 있다. 플래시를 사용 중인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는 보안 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한다.
퇴출 수순 밟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
MS는 지난 8월 개발자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오는 11월30일부터 MS의 사무용 서비스인 ‘팀즈’는 더 이상 IE에서 작동하지 않을 예정이며, 내년 8월17일부터는 ‘오피스 365’를 비롯한 MS 서비스들에 대한 지원도 종료된다”고 밝혔다. 당장 IE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건 아니다. 공식 종료 시점도 미정이다. 다만 MS의 핵심 서비스들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만큼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지난 1995년 출시된 IE는 윈도 운영체제(OS)에 기본 탑재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했다. 10여년 동안 웹브라우저 절대강자로 군림했지만 2009년 등장한 구글의 ‘크롬’을 비롯해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등 경쟁 브라우저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IE의 데스크톱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2009년 59.71%에서 올해 3.23%로 하락했다.
현재 IE는 2013년 출시된 11 버전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MS는 IE 대신 크로미엄 기반 신규 브라우저 ‘엣지’로 이용자를 옮겨가겠단 전략이다. MS측은 “고객들이 2013년부터 써온 IE 11버전은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에 알맞지 않는다”며 “대신 보다 최근의 기준에 알맞은 새로운 브라우저 서비스 ‘엣지’로 고객들에게 더 진화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 KT는 지난 2012년 018 번호 기반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011・017번호 기반의 2G 서비스를 중단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6월 2G 서비스를 접는 것이 목표다.
01X도 역사 속으로
01X 번호로 시작하는 마지막 이동통신 2G(세대) 서비스가 내년 6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동통신3사 중 유일하게 2G 서비스를 제공 중이었던 LG유플러스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2G는 음성과 문자, 저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말한다. 앞서 KT는 2012년 3월, SK텔레콤은 올해 7월을 기점으로 2G 서비스를 완전 종료했다. LG유플러스는 잔존 가입자 상황과 정부 협의를 통해 2G 서비스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장비 노후화와 서비스 품질 저하, 주파수 재할당 비용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올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에서 2G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2G 서비스 종료 절차를 협의 중이다. 2G 사용자들에 대한 보상안 등에 대해선 내부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의 2G 가입자는 지난 10월말 기준 39만4449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약 2.7% 수준이다.
LG유플러스의 2G 서비스 종료가 공식화되면 이와 연동되는 019 번호는 내년 6월까지 유지되며, 이후 010 번호로 변경해야 한다.